[데스크 칼럼] 누가 경찰공화국을 꿈꾸나

입력 2022-07-28 17:36   수정 2022-07-29 08:51

“인사 제청자가 인사 대상자를 만나는 게 왜 뉴스감이 됩니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반문했다. 자신이 경찰청장 후보군이 되는 치안정감 승진 후보자 다섯 명과 1 대 1 면담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경찰 길들이기’라는 비판 기사를 쏟아낸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인사 제청을 하는데 서류만 갖고 평가할 수 없어 직접 후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것”이라며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인사 제청을 하면 오히려 직무 유기 아닌가”라고도 했다.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경찰
경찰공무원법 제7조 1항은 ‘총경(경찰서장) 이상 경찰공무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신임 행안부 장관이 법에 보장돼 있는 경찰 고위직 간부에 대한 인사 제청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시도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거꾸로 보면 그동안 경찰 관련 인사에서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이 있으나 마나 한 형식적 절차였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은) 과거 행안부 장관을 패싱하고 밀실에서 경찰 인사가 행해진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행안부와 경찰의 갈등 속에서 비정상적인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를 생명으로 하는 공권력 조직인 경찰의 집단 항명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당황스럽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권한을 손에 쥔 경찰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거북스럽기만 하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는 국민이 해야 합니다”라며 짐짓 장엄한 표정으로 선동 발언을 하는 엘리트 울산 총경의 언론 플레이는 시간을 40년 전으로 되돌린 듯 생소하다. 누구의 지휘통제도 받지 않는 경찰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사기 충분한 행태들이다.
권력은 반드시 견제받아야
맞다. 경찰국 신설은 비대해진 공룡 경찰에 대한 관리, 아니 통제를 첫 번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수단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총경 이상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이다. 법을 바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한 것도 아니다. 현행법에 보장된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100% 활용하겠다는 구상이고, 경찰국은 이런 인사 업무를 보좌하는 조직일 뿐이다. 더구나 경찰국에 배속될 16명 직원 중 12명이 경찰로 채워진다.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자체 감시를 할 수 있는 조직 구조란 얘기다. 과거 경찰을 통제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로 생긴 공백을 경찰국이 메우는 셈이다.

애초 경찰국 업무 범위에 수사 지휘 기능이 빠져 있는데도 경찰은 천걸음 만걸음 더 앞서나가며 경찰 독립성, 수사 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들먹이고 있다. 얼마나 급했으면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자존감도 뭉개버리고 “인사권을 가진 장관만 바라보는 ‘장관 바라기’ 조직이 될 것”이라고 셀프 디스를 할 정도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통제 시절 가졌던 독립성이 왜 행안부 아래에선 사라지게 되는지 속시원한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에는 책임과 통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굴곡진 현대사에서 어느 조직보다 이런 냉엄한 현실에 쓴맛을 본 게 경찰이다. 적절한 통제보다 독립성이 우선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인과 관계를 뒤틀어버린 판단 착오다. 독립 외청의 지위를 누린 지난 31년, 과연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 반성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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